멕시코에서 첫 피라미드를 보다
- 1부에 이어...
8/8/화
날씨도 좀 선선해졌는지 좀 괜찮다.
디카로 몇 장의 사진을 찍어보았다. 컴에 연결해서 보았는데 괜찮다. 디카로 사진도 찍고 정리를 하게 되니 이제 무언가 좀 돌아가는 듯하다. 그동안 보여주지 못한 사진들을 컴 화면을 통해 보여주니 모두 눈이 휘둥그레진다. 좀 도전을 받고 모두들 그리스도 안에서 좀 더 낳은 인생을 꿈꾸게 되기를 기도한다.
오후에는 20-30분 떨어진 마을의 교회에 가서 가가호호 방문하여 오늘 저녁 교회에서 영화한다고 사람들을 초청하였다.
오늘 처음으로 <천로역정(Pilgrim's Progress)>을 상영하였다. 이번 전도여행에서 4번째 영화상영이다. 영화 장면 등 밤 사진도 그런대로 잘 나와 한결 안심이다.
휘영청 밝은 달밤이다. 바람도 많이 불고 시원하여 아주 좋다.
8/9/수
모기 한두 마리가 좀 괴롭혔고, 추워서 새벽녘에 시트를 덮었지만 추위를 느낄 정도로 잘 잤다.
어제부터 날씨도 좀 선선하다.
오후에는 어제의 마을을 지나 다른 마을에 도착하니 깔끔한 시골교회가 눈에 들어온다.
목사님은 선친의 20년 사역에 이어 14년째 사역하고 있다고 한다. 어제와 같이 가가호호 방문하는 시간을 가졌다. 마을도 작아보였는데 많은 사람들이 왔다. 엄밀히 말하면 많은 여성도들이 왔다. 남녀가 나뉘어서 앉았는데 오른 쪽은 남자들, 왼쪽은 여자들 이렇게 앉았는데 여자들 쪽은 매우 많았다. 남자들은 교회 밖에서 어정거리다가 영화를 보았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영화를 교회 마당에서 상영하였다.
영화는 <Cicatrises(상처들)>으로 나는 처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나 영화 속의 내용(부부싸움이 악화되는 과정의 연속 장면과 어린 아들의 불안함...)이 내 마음을 너무나 아프게 하였다. 그래도 사람들이 굉장히 진지하게 영화를 보고 영화의 주인공들의 변화과정을 통하여 은혜를 받는 모습들이다.
8/10/목
어제처럼 모기 한두 마리가 좀 괴롭혔고, 추워서 새벽녘에는 얇은 시트를 덮었지만 추위를 느낄 정도로 잘 잤다. 계속 낮 시간에 여행기를 입력하거나 정리하고 있다. 선선한 바람이 계속되어서 아주 좋다.
어제 갔던 마을을 통과하여 좀 더 떨어진 마을의 교회에 갔다. 마을은 한적해 보였다. 비가 온 후라 길에서 교회까지 가는 80여 미터의 길이 많이 질척거렸다. 작은 마을이었는데 대개 후레쉬를 들고 교회에 온다. 집에서 교회까지 오는데 길이 어둡기 때문이다.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황예행 선교사님이 많은 아이들 옷가지와 캔디들을 보내주었는데 우리가 방문하는 모든 교회들에서 잘 활용하고 있다.
8/11/금
드디어 다시 꼬앗사(정확히는 “Coatzacoalcos”이나 보통 줄여서 이렇게 불렀다)를 갔다. l시간 40분 정도를 달려가는 동안 정말 기대가 되었다. 곧 이곳을 떠나면 언제 다시 올 수 있겠는가?
가장 확인하고 싶은 곳이 101년 전인 1905년 5월 이민 선조 1,300여명이 이민선을 타고 멕시코 남부 Salina Cruz에 내린 후 기차를 타고 꼬앗사 역을 거쳐 다시 배를 타고 Progreso 항으로, 여기에서 다시 Merida로 가서 메리다의 여러 농장에 흩어져서 에네껭(Henequen)이라는 선인장 농장에서 일을 했던 것이다. (본인의 이민사에 관한 상세한 글은 이곳 LA의 몇몇 신문에 발표한 일이 있음).
이민 선조들이 통과하였던 바로 그 꼬앗사 역을 보고 싶었다. 지난 월요일 꼬앗사로 들어가는 길목의 육교를 지나며 많은 낡은 화물열차들이 있는 곳을 보며 혹시 그 곳이거나 그 근처가 꼬앗사역이 아닐까 했다. 오늘도 그 육교를 지나게 되어 근처에 차를 세우고 사람들에게 물으니 바로 그 곳이란다. 가까이에 가니 경찰들과 역 관계자들이 있었다. 인사 후 여러 가지를 질문하였다. 이 역이 꼬앗사 역 맞느냐? 여기 말고 다른 역이 있느냐? 왜 탑승객들이 없느냐? 이 역의 역사가 100년도 더 되었느냐? 확실하냐? 나도 진지하게 물었고 그들도 진지하게 대답해 주었다. 틀림없이 이민 선조들이 내렸을 바로 그 역이었다. 지금은 사람은 타고내리지 않지만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도 이용했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 역사에는 “꼬앗사 역”이라는 이름마저도 보이지 않았지만 지금도 낡은 역사와 낡은 화물열차들이 아주 많이 세워져 있었다. 철조망이 쳐진 내부에서는 사진을 찍을 수 없다고 하여서 아쉽게도 내부는 찍지 못하였다. 그럼에도 감사한 것은 역사 위로 육교가 있어서 육교위로 올라가서 다각도로 멀리까지 열심히 사진을 찍고 또 찍었다. 너무나 기뻤다.
오후에는 교회를 가기 위해 비포장도로를 한참 달린 후 산의 들판 풀밭사이의 길 같지 않은 길에 둘러쳐진 철조망의 문들을 20개는 통과한 것 같다. 마을도 아주 작아 20여 가구가 될까 말까 했다. 도착한 교회는 조그만, 아주 조그만 교회였다. 이러한 마을에도 교회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귀한 일인가! 예배당에 들어서는데 가슴이 뭉클해지더니 기도하려고 머리를 숙이는데 이내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여기에서는 교회 앞에 천을 친 후 어린이용 <예수> 영화를 상영하였다.
8/12/토
아뿔싸!
디카로 찍은 사진을 컴퓨터로 옮기는 과정에서 목요일에 찍은 사진을 모두 날려먹었다. 이를 어쩌면 좋으랴!
오후 1시에 있는 결혼식에 참석하기위해 교회에 갔다. 이 나라 풍습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신랑은 신랑의 집에서, 신부는 신부의 집에서 가족 친척 등 축하객들과 교회로 걸어왔다. 그리고 결혼식이 시작되었다. 결혼식 순서는 대개 비슷한데 설교 후 신랑과 신부를 굵은 줄로 매는(두 사람을 충분히 옭아 맬 수 있는 밧줄을 신랑 신부의 상채 부분에 얹어준다) 순서가 있는데 신랑과 신부가 하나 되어 잘 살라는 의미인데 멕시코에서는 어디에서나 일반적인가 보다.
교회에서의 결혼식 순서를 마치고 신랑쪽 집안으로 모두 가서 축하연이 열린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왔다. 아마 가나의 혼인잔치에서도 이랬을 것이다.
저녁에는 다시 서머나교회 앞에서 밴에 스크린을 설치하고 영화를 상영하였다. 목사님이 가져온 간증 DVD였다. 그동안 색상이 선명치 않고 그린색이 많이 나타났었는데 오늘은 색상이 선명하다. 왜 그럴까?
늦었지만 다시 목사님 댁으로 가서 컴과 프로젝터를 연결하여 이번에 찍은 사진들과 내가 컴에 정리해둔 다른 사진들을 재미있게 보는 시간을 가졌다.
8/13/주
지난 목요일 방문한 교회 사진을 컴퓨터로 옮기는 과정에서 무엇을 잘못 했는지 귀중한 사진을 모두 날려먹었다. 그래서 오늘 잠시 다시 그 교회를 방문하여 사진을 찍었다. 사진이 선명하게 나오지 않았으나 어쩌랴!
저녁에는 마지막으로 서머나교회에 갔는데 사진이 잘 되지 않아 스트레스가 되었다. 그러나 어쩌랴! 무지 덥고 전기마저 들어오지 않다가 나중에 희미하게 들어왔으나 전깃불 같지 않았다. 바람도 전혀 불지 않았다. 몸이 끈적끈적하니 답답하기만 하다. 사진마저 잘 나오지 않아 전체사진도 찍지 못하였다. 마지막까지 힘들게 하였다.
집에 돌아오니 불은 들어왔으나 물은 거의 바닥나 있었다. 어제 받은 물을 오늘 계속 사용하였고, 오늘은 전혀 물이 나오지 않았다. 정말 견디기 힘들다. 마지막까지 여러 가지로 힘들게 하였다.
8/14/월
1주일을 지낸 Angostura에서 그동안 여러모로 수고한 Gerardo 목사님(서머나교회 담임) 댁과 몇 집을 들려 작별인사를 하였다. 정말이지 어떻게 1주일을 지냈는지 모르겠다. 정말 팀원들도 고생했겠지만 ‘Choi’는 무지무지 고생했다.
인사 후 우리는 점점 Angostura를 벗어나기 시작하였다. 이번에는 국도를 이용하여 Veracruz를 가기 때문에 좀 더 동쪽 해안가를 달릴 수 있었다. 물론 해안은 잠깐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그래도 마음은 바다가 상상되었다. 그리고 Alvarado라는 해안 마을을 지났는데 잠시 그곳을 들려 사진을 못 찍은 것이 아쉽다.
아무튼 여러 시간을 달려 드디어 Veracruz에 도착하였다. 정말 현대화된 도시이다. 아마 멕시코 최초의 항구도시인지도 모른다. 멕시코가 스페인의 점령을 당하게 될 때 스페인의 정복자 Hernan Cortes가 Cuba에서 ??명의 원정대를 이끌고 도착한 곳이 바로 이 Veracruz가 아닌가! 최초를 떠나서 상당히 발달되어있는 것만은 틀림없다. 말레꽁에서 여러 시간을 휴식하며 사진을 찍었다. 바닷가를 배경으로, 항구를 배경으로, 멋진 건물들을 배경으로, 해군부대에서 사용하는 오래된 멋진 건물을 배경으로, 어떤 동상을 배경으로, 시가지를 배경으로, 그리고 마사틀란과 꼬앗사에서 해군들을 보았으나 사진을 못 찍었는데 드디어 이곳에서 해군들 사진도 찍었다. 비록 사진이 좀 잘 안 나오면 어떠랴. 아무튼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좀 더 이동하여 이번 팀 멤버인 Eliazar의 친척집에 도착하여 귀한 책을 한권 얻었다. 책의 제목은 <Cronica del Puerto de Veracruz>로 Veracruz 역사에 관계된 중요한 책이다. 지난 토요일 Eliazar 집안의 결혼식에서 만나 잠시 교제하며 Veracruz 항구의 역사와 Benito Juarez 등 여러 부분에 대해 관심을 보이자 상세히 대답해주며 친해졌는데 나에게 준 것이다. 정말 감사한 일이다.
어두워지며 집을 나서 Puebla를 향하였다. 정말 수도 없이 구불구불한 산길을 수 시간 달렸다. 이제 돌아갈 여비가 충분치 않으니 고속도로가 아닌 국도를 많이 이용하게 되었다. 정말 위험하여 잠이 오지 않았었는데 어느새 깊은 잠이 들었다. 누가 깨우며 Puebla에 거의 다 왔다고 하는데 꽤나 추웠다. 정말 덥고 끈적거려서 못살겠더니 이제는 추워서 못살겠다고 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마음이 들었다. 한 밤 2:30쯤 큰 도로변에 도착하여 우리가 머물게 될 Angel Betancourt 목사님을 만나 목사님 댁에는 3시쯤 도착했을 것이다. 춥고 누추한(?) 방이지만 이내 잠이 들었다.
8/15/화
피라미드(ⓔ Pyramids, ⓢ Piramides)
정말 각도가 심한 산을 올라간다. 길도 좋지 않고 그저 삐끗했다하면 바로 주님 앞에 가게 될 길들이다. 이 산속을 한참이나 오르고 올라 조그만 샛길을 들어섰다. 샛길은 돌들을 깔아서 만든 도로였다. 얼마나 더 갈까 하다 보니 다부서진 조그만 성채의 일부가 나온다. 그저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철조망도 쳐있고, 관리소도 있고 입장료도 받는 것이었다. 그래도 기대가 안 되었다. 입장료를 내고 화살표가 된 방향을 따라 걸어가다 한 코너에서 꺾어지니 아니 이게 왠일인가! 높이는 그렇게 높지는 않지만 그래도 잘 보존되어있는 3개의 피라미드가 있고 연결된 부속물들이 있었는데 정말 귀한 피라미드였다. 그동안 책자나 인터넷에서 유카탄에 있는 유명한 치첸잇싸(Chichen Itza) 등 몇몇 피라미드를 보았지만 이렇게 직접 발로 밟아보며 눈으로 보기는 이곳이 처음이다. 이렇게 귀한 곳을 한 뒷모습만 보고는 안 볼 뻔 했으니 하마터면 큰 실수를 할 뻔 했다. 무슨 공놀이를 한 곳이란 설명이 붙었는데 진편은 죽임을 당하고 제물로 바쳐진다는 설명이 붙은 끔찍했던 피라미드다.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보았던 몇 장면들은 이런 전설까지 포함하고 있는 것 같다. 아무튼 너무 멋있어서 찍고 또 찍었다. 이런 멋있는 피라미드를 글로 잘 표현하지 못하는 점이 아쉬울 뿐이다. 이상하게도 어느 방향에서 보면 마치 거북선같이 보이는 곳이 있어서 더욱 애착이 갔다.
아무튼 이번 여행은 이 피라미드만 본 것으로도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었다. 아쉬운 것은 근처에 높은 곳이 없어서 위에서 내려다보는 장면으로는 찍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 위마저 보면 안 되지. 이렇게 귀한 곳의 전부를 다 보면 안 되지. 무언가 이렇게 신비감을 간직해야지. 이렇게 자위하며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돌렸다.
성당
아쉬움을 뒤로한 채 산을 내려오다 다시 어느 산중 마을을 들렸는데 좁은 길들과 기와집들로 이어진 상가들이 계속된다. 이런 주택가 모습은 꼭 도미니카의 Santo Domingo의 옛 시가지와 너무도 흡사하여 잠시 옛 생각에 젖어들게 한다. 그때 도미니카에서는 이런 천주교식 건물이나 시가지들을 무조건 싫어했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때는 무얼 너무 몰랐다.
그리고 이 일부분의 건물들만 인지는 모르지만 건물들의 대부분이 처마가 있어서 신기하게 여겼다. 위의 마을에서는 한 노인이, 그리고 계속 산길을 내려오며 여러 노인들이 한국의 옛 촌로들처럼 흰색 한복 비슷한 옷을 입었고, 거기에 발목 부분을 끈으로 묶고 있어서 신기하게 여겨졌다.
좁은 상가 길을 좀 더 들어서니 아주 높은 뾰족탑을 한 성당이 눈에 들어온다. 그 규모는 크고도 높다. 물론 성당 앞에는 광장이 있다. 광장의 우측에는 조그만 공원이 있고 그 주변으로 상가들과 주택들이 퍼져있다. 외부의 이곳저곳을 돌며 여러 각도에서 사진을 찍었다.
정말 감사한 일이다. 만일 지난번에 이곳 Puebla를 다녀갔다면 스케줄상 이런 시간을 갖지 못하였을 것이다. 이렇게 세세하게 간섭하여 주시는 주님 감사합니다.
- 3부에 계속
** 이 글은 2006년 7월 29일부터 8월 20일까지 3주 동안 티화나 소망교회 담임 Daniel Noche 목사 일행과 멕시코 동남부 Veracruz까지 전도여행을 다녀온 글로 여행 중간 중간 메모해 둔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
** 아래는 당시 찍은 사진들입니다. 출발 첫날 카메라를 떨어트려 임시로 하나 산 카메라가 별로였습니다.
가렵고... 덥고... 피곤하고, 후덥지근하고...
그런 가운데 열심히 적고 또 적고... 그거라도 안 하면 여러 가지로
힘들어서 잊고자 더 열심히 적었습니다.
이때 찍은 피라미드 바로가기 ⇨ blog.daum.net/4mexico/83?category=1764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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